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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나눔재단-파트너십 온] “시각장애를 결핍이 아닌 또다른 가능성으로 바라봅니다”,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Another Way of Seeing)

2016.06.01.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정보를 눈으로 인지합니다. 그렇게 입력된 정보를 자기 스스로 의미화하는 걸 ‘자기해석과정’이라 하는데요. 자기해석한 것을 몸짓과 표정, 말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한다하여, 이를 ‘자기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난 20여 년간 미술교육을 통해 시각장애 청소년과 미술수업을 진행해 온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 온 2기 혁신리더, 우리들의 눈(Another Way of Seeing) 엄정순 디렉터를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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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눈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은 시각장애 청소년들이 예술 작품을 만들며 독특한 감수성을 최대한 증폭시킬 수 있도록 하는 ‘창의적인 교육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재 맹학교 3곳에서 시각장애인 대상 미술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각 장애인 미술 교육의 한계와 완고한 사회적 편견을 깨뜨리고자 청소년 시각장애인들이 만든 미술작품을 기획·전시하고 있습니다.

  
1▲ 우리들의 눈 엄정순 디렉터(상임이사)

‘우리들의 눈’이란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나요?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을 뭔가 부족하거나, 아프거나, 약자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짙더라고요. 못 본다고 해서 결핍이 아닌데, 사회가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했어요. 눈으로는 못 보지만, 다른 감각을 통해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엄연히 존재하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일반 사람들과 시각장애인의 눈 모두, ‘우리’의 눈이란 걸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2▲ 2004년 서울 북촌에 오픈한 우리들의 눈 갤러리. 시각장애인이 창작한 미술작품을 소개/전시하는 공간으로 정기적인 시각장애인 미술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우리들의 눈’은 기관명이면서 프로그램 이름이자 갤러리 이름이기도 하다.

시각장애인에 주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20여년 전, 우연히 성당에서 시각장애 청소년을 돌보던 독지가분을 만났어요. 그분은 시각장애 청소년들을 위한 새로운 학교와 성당을 건축 준비 중이셨고요. 미술가로서 학교 건축 설계에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보니 시각장애인들의 필요에 맞게 설계할 부분이 많았어요. 시각장애인들을 이해하고 알기 위해 자주 만남을 가지면서 미술도 하고 요리도 하고 소풍도 가면서 3년을 보냈어요.


3▲ 우리들의 눈은 1996년 단체 창립 초기부터 시각장애특수학교에서 정기적으로 미술 수업을 진행해왔다. 지금은 2002년부터 수업을 시작한 한빛맹학교 등 세 곳에서 수업을 한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미술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술가로서 ‘도대체 본다는 것은 뭘까’라는 질문을 항상 품고 있었어요. 그런데 시각장애 청소년들을 살펴보니 그들 역시 똑같은 질문을 하겠구나 싶었어요. 오히려 제가 단지 미학적으로 본다는 것을 궁금해했다면, 아이들에게 본다는 것은 훨씬 간절하고 괴로운 질문이 될 수 있었던 거죠.


그러나 아이들은 결코 ‘본다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가질 수도 없는 그런 사회문화 인프라 속에서 살고 있었어요. 이에 우리들의 눈은 시각장애 학생들이 ‘본다는 것은 뭘까’라는 질문을 품을 수 있게 돕고자, 미술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미술작품을 만드는 게 가능한가요?

시각장애인이 미술을 못 할 이유는 없어요. 미술이라는 건 근본적으로 플래닝(Planning)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미술은 겉으로는 무얼 만들고 보여주는 행위지만, 그 이면에는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선택하고 해석하고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상상하는 ‘흐름’이 있어요.


그 상상은 시각이 없어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시각이 없다면 다른 감각으로 미술적 상상을 하고 자신이 느끼는대로 표현하면 돼요. 이런 관점에서 우리들의 눈은 시각장애인의 미술적 상상력을 폭넓게 보여주고자, *티칭 아티스트와 시각장애인이 함께 촉각과 청각을 활용하여 미술작품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 티칭 아티스트(Teaching Artist, TA):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우리들의 눈 미술수업 진행자로 함께하는 분들로, 현재 10명의 TA가 활동하고 있다. 우리들의 눈은 파트너십 온을 통해 TA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4▲ 티칭 아티스트와 시각장애 청소년이 함께하는 미술교육 프로그램, ‘우리들의 눈’

 

시각장애 청소년에게 미술교육이 갖는 함의는 무엇인가요?

현재 시각장애인이 갖는 직업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은데요. 직업이 제한적인 이유는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서라기 보다, 시각장애인이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미술교육을 통해 비로소 행복하게 자기를 표현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는 것을 많이 봐 왔어요.


일례로 지난해 우리들의 눈은 대구에 있는 미술대학에 시각장애 학생의 미대진학을 지원하고 성공시킨 경험도 있는데요. 그 학생은 미술수업을 통해 자연스레 미술을 배우며 미대진학을 꿈꿨지요. 앞으로도 파트너십 온 사업을 통해 미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적극적으로 미대진학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우리들의 눈 미술교육 프로그램만의 혁신성이 있다면요?
아주 쉽게 얘기하서 아이들 몸에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대개 어린시절의 잊혀지지 않는 행복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죠. 여행일 수도 있고, 맛있는 걸 먹은 경험일 수도 있고, 좋은 친구와의 기억일 수도 있죠. 좋은 건 한 번이더라도 기억에 남아요.


특히 감각적 체험은 오래 남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눈 프로그램은 시각장애 청소년들에게 그런 행복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아이들이 미술 시간의 행복했던 기억을 성인이 되어서나 언제든 꺼내고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 지난 2014년 우리들의 눈은 맹학교 학생들과 함께 태국과 국내 동물원 곳곳에서, 실제 코끼리를 만지고 손의 느낌으로만 코끼리를 상상해서 만드는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처럼 우리들의 눈은 오감으로 사물을 느끼고 표현하는 ‘체험형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들의 눈 미술교육을 어떻게 확산할 계획인가요?


학교를 넘어 우리 사회 곳곳으로 나아가려 해요. 맹학교는 전국에 다 해봐야 12곳이에요. 맹학교 이외에도 여러 미술관이나 뮤지엄으로 우리들의 눈이 20년간 아카이빙(Archiving)해 온, 시각장애인이 만든 미술작품 컨텐츠를 공급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컨텐츠의 확산에 가장 중요한 수단은 IT기술이라 생각해요. 이미 우리들의 눈은 지난 5년간 IT기술을 활용한 실험들을 해왔고요.

▲ 우리들의 눈은 KIST(한국기술과학연구원) 다원물질융합연구소 팀과 함께 3D프린팅을 활용한 역사수업 교재를 만든다. 이외에도 IT기술을 접목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슨트앱, 점자책 등을 개발하고 있다.

 

비(非)장애인에게도 우리들의 눈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우리들의 눈 슬로건은 “소수와의 경험을 다수와 누린다”입니다. 우리 사회에 다른 신체를 가지거나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경험이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관점에서 대중들은, 우리들의 눈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어보고,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고요. 이처럼 나와 다른 대척점에 있는 타인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 곧장 타인에 대한 이타심을 발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7▲ 삼청동 우리들의 눈 갤러리에서 열리는 <프리즘 프라이즈>. 우리들의 눈에서 주관하는 전국 시각장애 학생 미술공모전 수상작품전으로 시각장애인 예술교육을 지원하는 기업의 이름으로 지난 28일 시상식을 진행했다. 전시는 7월 15일까지 열린다.

파트너십 온을 통해 우리들의 눈이 기대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미술활동을 하기 때문에, 재료비와 같은 물질적인 자원이 부족할 때가 있어요. 파트너십 온의 크고 유연한 재정적 지원을 통해 미술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하고,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치는 티칭 아티스트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싶습니다. 미술수업에 참여한 학생의 미술대학 진학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예술적 역량을 가진 학생들을 발굴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진로과정을 제공하려고 해요. 더불어 조직 운영상 부딪혔던 여러 문제를 파트너십 온 자문위원, 전문위원과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합니다.

우리들의 눈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요?

우리들의 눈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경험이 많았는데요. “내가 시력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평상시 상상도 안 하던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타인의 상황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저를 발견했고요. 이렇게 길러진 공감의 힘은 다른 존재를 위하는 이타심의 근간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관점에서 우리들의 눈은 미술을 통해 다양한 존재에 공감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경험을 널리 공유하고 싶습니다.

 
8▲ 우리들의 눈 미술수업

 

그동안 우리는 장애를 지원해야만 하는 복지의 영역으로만 바라본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미술 아티스트가 된다”는 ‘우리들의 눈’을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우리’들의 눈이 그간 얼마나 견고한 편견으로 가득찼는지 알게 되었는데요. 장애를 결핍이 아닌 또 하나의 재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