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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나눔재단-파트너십 온] “어린 엄마에게도 모성이 있어요”, 자오나학교 첫 번째 토크콘서트 현장 스케치

2016.05.24.

어느날 한순간 ‘엄마’가 된 여학생들이 있습니다. 결혼도 안 한 채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져서인지, 주변 시선은 탐탁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라는 따뜻한 두 글자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꿋꿋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파트너십 온의 혁신리더인 ‘자오나 학교’는 청소녀 미혼모를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4년 10월에 설립하여, 2015년부터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 온과 함께하는 혁신리더 ‘자오나 학교’. 사업 2년차를 맞이하여 청소녀 미혼모와 함께한 그간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지난 5월 18일 서울여자대학교에서 토크콘서트를 개최하였습니다.
자오나학교 공식 홈페이지

 1▲ 자오나학교 첫 번째 토크콘서트 현장

 

패널로 참여한 자오나학교의 청소녀 미혼모
자오나학교의 첫 번째 토크콘서트가 열렸던 서울여자대학교 50주년기념관은 70여 명의 사람들로 가득찼습니다. “청소녀 미혼모,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란 주제로 열린 이번 토크콘서트는 청소녀 미혼모 문제 실태를 살펴보고 청소녀 미혼모들의 요구를 패널들이 함께 짚어보며 청중과 함께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으로 이뤄졌습니다.
 

2▲ (왼쪽부터) 한국여성재단 이숙진 상임이사,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혜지 교수, 자오나학교 강명옥 교장

 
특별히 이번 토크콘서트에는 자오나학교에 거주하는 청소녀 미혼모인 이선민(가명) 씨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강명옥 자오나학교장,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혜지 교수,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이숙진 한국여성재단 상임이사와 함께 패널로 참석하여 정책과 제도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청소년 미혼모 당사자의 이야기가 함께하여 청중들의 공감이 더욱 깊어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패널들의 주요 발언을 소개합니다.
 
청소녀 미혼모에 대한 우리사회의 통념 – 한국여성재단 이숙진 상임이사
“청소녀 미혼모 개념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태도 3가지가 있어요. ‘결혼을 정산이라 생각하는 편견’, ‘특정 연령 안에서 자녀를 출산해야 한다는 편견’, ‘자기 몸을 지키지 못한 청소녀’ 이 3가지가 작동해요. 자세히 보면 이 견고한 사회적 통념들이 얼마나 중첩적으로 누적된 형태로서 청소녀 미혼모를 짓누르고 있는지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3▲ 한국여성재단 이숙진 상임이사

 

“스웨덴의 가족형태를 보면 결혼은 전 가구의 25% 정도로 동거부부, 독신모, 미혼모 등의 여러 가족형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많고요. 또한,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혼외 출산 시에도 육아수당과 주거보조금 등 가족법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제도화된 법률혼이 아니더라도 떳떳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합니다.”

 

청소녀 미혼모가 먹고 살아갈 방도에 대한 지원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가족으로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안정된 독립적인 주거공간입니다. 대체로 청소녀 미혼모가 독립적인 주거생활을 하는 경우는 없고, 아기 아빠 자취방이나, 지인 집을 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주거형태는 언제가 떠냐아만 할 임시적인 공간으로,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자오나학교는 앞선 주거 문제를 해소하고자, 자오나학교 재학생에게 무료로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공동주택 생활공간’을 마련하여 자오나학교 졸업 후에도 1~2년 정도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자립자금을 준비하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4▲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청소년 미혼모들은 대체로 직업이 없거나 단순 저임금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임신부터 출산 후까지 심각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한창 자랄 아이뿐만 아니라 성장기인 청소녀 미혼모의 안정적인 영양 섭취에 문제가 생겨, 평생 건강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한편, 출산 후 기초수급자 신청을 하지만, 신청 후 급여가 지급될 때까지 보통 두 달의 대기시간이 있어, 이 기간 동안 생활비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여성가족부의 미혼모에 대한 보조금 역시 월 이십 만원 정도로 생활비 충당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자오나학교는 학업과 양육 등 생활 전반의 비용을 무료로 제공하며, 청소년 미혼모에게 주어지는 정부보조금으로 청약 통장, 적금 통장, 보험 통장 등을 개설하여 경제적 자립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립의 첫 번째, 청소녀 미혼모의 건강문제 – 자오나학교 강명옥 교장
“처음 청소녀 미혼모를 맞이했을 때 학습중단 문제도 문제였지만, 건강 상태가 더 큰 문제였습니다. 학교밖, 가정밖에서 생활하며 주거공간과 수면시간이 일정치 않고, 일정한 식사도 하지 못했기에, 처음부터 학업과 직업교육을 진행하는 건 실효성이 없었습니다. 건강문제가 곧 학습문제, 자립문제 해결의 첫 번째 장애물이었던 것입니다.”
 

5▲ 자오나학교 강명옥 교장

 

“더불어 자오나는 학생들을 위해 학습을, 아기들을 위해서는 양육을 돕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습니다. 양육을 해야 하는 양육모 조차 유아기 때 기본 양육을 받지 못하고 가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생활교육이 부재했기 때문이죠. 따라서 자오나에서는 교과수업뿐만 아니라 양육수업 등 기본생활 능력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미혼모 엄마도 양육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요 – 자오나학교 학생 이선미(가명)
“세상에 비춰진 어린 미혼모에 대한 시선은 좋지 않아요. 그런데, 어린 미혼모라고 책임감이 없지 않아요. 힘들지만 엄연히 엄마이니까요. 물론, 미혼모 스스로 아이를 책임지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저를 비롯한 대부분 청소녀 미혼모는 책임을 지고자 하는 절실함을 가지고 있어요. 때로는 양육과 학업, 두 마리를 모두 잡으려는 게 욕심인 거 같지만,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싶고요.”

6▲ 자신의 경험을 용기있게 얘기한 자오나학교 청소녀 미혼모(오른쪽)

 

“아이가 최근 자아형성이 되면서 저를 많이 찾아요. 양육 이외 시간을 가지기가 어렵게 된 거죠. 하지만 자오나학교에서 직접 아이 양육을 담당해주시면서, 제가 편안히 학업과 직업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자오나 선생님들이야 말로 제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분들입니다.”

7▲ 패널과 청중 간의 자유 질의응답 시간

 

패널들의 발제가 끝난 이후 사회자인 최혜지 교수의 진행 아래 청중과의 자유 질의응답이 진행되었습니다. 청소녀 미혼모 지원정책에 대한 질문에 이어, 실제 미혼모가 될 뻔 했던 청중의 진솔한 경험담까지. 학부생과 대학원생, 유관 기관 현장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던 만큼, 청소녀 미혼모 이슈에 대한 넓고 깊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사회가 부모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휴식 없이 이어진 2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은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에도 줄지어 패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찌 보면 소소한 첫 번째 토크콘서트였을지도 모르지만, 청소녀 미혼모의 실질적인 자립을 향한 자오나학교 고유의 이야기를 대중들과 나눌 수 있었기에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8▲ 토크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계속된 질의응답

 

“옛날에는 가정 안에서 돌봄과 성장과 교육의 절반 이상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회 구조가 이미 그것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마을이, 사회가, 국가가 부모의 역할을 함께 해 주어야 한다.”

자오나학교 강명옥 교장선생닝 발제문 中

 

자오나학교에서는 ‘학교밖위기청소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학교밖청소년’이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위기’라는 표현을 지운 건데요. 위기는 사회가 던진 것이지, 청소년이 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다는 교장선생님의 철학을 반영하여 단어를 선정하였습니다. 
 
우리네 삶과 아무 관계없어 보이는 청소녀 미혼모. 아이 양육은 물론 학업과 경제적 자립까지 스스로 챙겨야 하는 청소녀 미혼모에게, 이제는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민간영역에서 그들이 비빌 수 있는 언덕을 조성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