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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7월의 N-talk : 현장과 학계의 연결고리, 이봉주 원장님 “비영리 분야만의 특징을 살려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2015.08.13.

7월의 마지막 날,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N-talk가 열렸습니다. N-talk는 아카데미 동문들이 평소 뵙고 싶었던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인데요. 7월의 N-talk에는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의 든든한 지원자, 이봉주 원장님(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을 모셨습니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와 비영리 분야에 대한 원장님의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었던 N-talk 현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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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talk를 진행해주신 1기 홍원준 동문과 이봉주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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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신 원장님의 열정의 원천과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A. 정해진 일과는 없는 것 같아요. 학교, 정부 위원회, 학회 회의 등 매일 다양한 일들에 참여하는데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오늘은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어떤 일이 펼쳐질까 기대가 되거든요. 예를 들어 오늘 회의가 5개 있는 날이면, 각 회의마다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설렙니다. 제가 일을 벌이는 경향이 조금 있는데,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기 전에 호기심부터 먼저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Q. 학교와 사회복지현장, 정부 모임을 오가시다 보면 현장과 정책 간의 괴리를 느끼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A. 현재 우리나라의 학계, 정부, 현장 간 소통이 원활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같은 한국어를 사용해도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려면 통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효율성, 효과성, 평가, 예산, 사업 등 분명 같은 용어를 쓰는데, 사람마다 의미하는 것이 조금씩 다른 느낌을 받았고요. 그래서 저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소통을 위한 통역’을 하려 합니다. ‘교수’라는 직업은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제가 받은 ‘선물’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현장에 나가 보면 “서울대 교수님은 현장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어요”라며 저를 더 반겨주시더라고요. 그 이후로 더욱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중시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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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동문들과 이봉주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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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느 학문에나 학계와 현장 간의 괴리가 있기 마련인데요. 실천학문이라고 알려진 사회복지학은 어떤가요?
A. 저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회복지학이 완전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우리나라에 사회복지 교육이 들어온 지 약 65년이나 되었는데도 미국의 프레임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제가 80년대 초에 학부를 다녔는데, 그때 제가 배운 내용과 지금의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거의 똑같아요. 우리 사회에 대한 내용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미국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이론들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죠.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현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모순은, 많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되었고, 학교에서 배운 대로 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은연 중에 받는다는 점입니다. 학교에서 잘못 배운 내용 때문에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복지 분야를 두 번 죽이는 효과를 낳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 교육의 문제점을 테마로 삼은 책이 조만간 사회복지학회에서 나올 예정입니다. 제 목표 중 하나가 앞으로 5년 안에 사회복지 영역의 교과서를 새로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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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을 더 잘 반영하는 사회복지 교육을 만들고 싶으시다는 원장님

 

Q. 사회적 임팩트를 확대하려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데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파트너로 만드는 원장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A. 제일 먼저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자기 역할에 충실한 사람일수록 자기 시야에 갇혀 사고가 협소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좋은 의도를 갖고 있어도, 일을 잘 풀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죠. 두 번째는 신뢰입니다. 신뢰는 듣기 좋은 말을 해줘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듣는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듣고 난 후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과정이 몇 번 반복될 때 진짜 신뢰가 쌓이는 것 같아요. 신뢰를 쌓아야 효과적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는 선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네트워킹은 서로 주고 받는 관계를 필요로 해요.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관계에서는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없어요. 그래서 호혜성과 신뢰가 중요한 것입니다.

Q. 원장님께서 생각하는 리더십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이유는 제게 주어진 선물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교수’라는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께서 감동을 받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일이 잘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면 정말 많이 배우게 됩니다. 유연한 사고가 중요하듯이 리더십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 같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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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연한 사고, 호혜적 신뢰 관계, 경청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이봉주 원장님

 

Q. 교수님께서는 현장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다가 반대 의견에 부딪힌 적은 없으신가요?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한 가지 사례를 말씀 드릴게요. 한 번은 아동사회복지학회에서 3억 원을 지원한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마을 3곳당 100명의 빈곤 아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였죠. 그때 우리나라 지역아동센터 전문가 중 한 분께서 “몇 억 원이 투입된 프로젝트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귀족 프로그램’이다”라고 비판하셨어요. 그때 저는 이렇게 답변했어요. “우리나라 빈곤 아동 100만 명 중, 진짜 어려운 20만 명만 지원한다고 가정합시다. 100명당 3억 원을 쓴다고 해서 귀족 프로그램이라고 하셨는데, 20만 명의 경우 1년에 3천억 원이 듭니다. 3천억 원을 써서 20만 명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다면, 과연 그 3천억 원이 감당할 수 없는 돈일까요?” 저는 이런 식으로 논리를 만들어서 상대방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이 자기 일에 너무 몰두하면 자기 생각에 고착화될 수 있다는 말이 이런 것입니다. 저는 뭐든지 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반대 의견이 있다고 해서 낙담하고 고민하기 보다 계속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반대를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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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교육 과정 못지않게 뜨거운 열의를 보여준 아카데미 동문들

Q.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원장님으로서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 아카데미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A.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가 3기에 걸쳐 100명 정도의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는 뚜렷한 청사진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비영리 현장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운영위원회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아카데미 운영 철학 중 하나는 아카데미 과정 동안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만난 하버드 출신들은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신념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학교의 분위기가 하버드 졸업생들을 그렇게 만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카데미 수강생 분들께 비슷한 환경과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국내 비영리 분야의 차세대 리더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제 생각에 비영리 분야의 미래는 명암이 상당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준비된 곳은 상당히 탄력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겠지만 준비되지 못한 곳은 도태될 것입니다. 준비되었다는 것은 자기만의 특성 또는 개인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영리 분야가 정부나 민간의 위탁 사업을 받는 것은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인데, 대리인 위치로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영리 분야만의 개입 방법과 노하우를 확실히 가지고 있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어질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짓수는 많은데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상태에서 벗어나 이제는 제대로 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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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이봉주 원장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인 아카데미 동문들

 

어려운 질문에도 막힘 없이 대답해주신 이봉주 원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사회복지와 비영리 분야 전반에 대해 평소 원장님께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본인의 업적과 지위를 ‘선물’이라 여기시며 이를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겸손한 원장님의 자세로부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원장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민간이나 정부가 할 수 없는 비영리 분야만의 강점을 키워나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N-talk 역시 다른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더욱 알차고 풍성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