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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프론티어 펠로우십 칼럼-2016 김수영 펠로우]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미국 지역사회와 비영리 기관의 파트너십

2016.09.01.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속담이 의미하는 바는 한 아이가 온전한 성인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라기까지, 아이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 기반이 그 필요를 채울 수 있을 만큼 갖춰져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합니다.

국제개발 분야에서는 이 개념을 도입해 마을공동체 개발과 마을에 속한 아이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커뮤니티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으로, 교육 받을 권리, 안전하고 위생적인 물과 식량을 공급받을 권리,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비영리기관은 지역사회 내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저의 소속기관 쥬빌리 점프스타트(Jubilee JumpStart)와 이 지역의 다양한 기관을 통해 미국의 지역사회 커뮤니티 파트너십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7▲ 쥬빌리 점프스타트(Jubilee JumpStart)의 대표인 Dee Dee Parker Wright와 김수영 펠로우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힘 

쥬빌리 점프스타트는 올해로 7년이 된 젊은 비영리단체로, 이 지역에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37개 자매 기관 중 하나입니다. 미국 워싱턴 DC 북서쪽, 아담스 모건(Adams Morgan)지역에 위치한 37개의 비영리단체는 69년 전 작은 교회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세계 2차대전 직후인 1947년, 인종 차별과 빈부의 격차가 심했던 당시 고든 코스비(Gordon Cosby) 목사가 워싱턴 DC 최초로 모든 인종이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인 세이비어 교회(the Church of the Saviour)를 설립합니다.

1960년에는 종교인, 비종교인, 부자, 가난한자 상관없이 누구나 와서 커피를 마시고 주민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카페  ‘포터스 하우스’(The Potter’s House)를 세웁니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던 이 교회는 가난한 저임금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만한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쥬빌리 하우징(Jubilee Housing)’을 설립합니다. 1981년부터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기술을 갖추어 일하고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직업교육을 하는 쥬빌리 잡스(Jubilee Jobs)가 지역 주민들을 돕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하나씩 지역주민의 필요에 따라 세이비어 교회의 설립자와 미션그룹이 지역의 삶을 도와주고 개선시키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단체가 37개에 이르게 됩니다. 

 

2▲ 지역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1960년에 만들어진 카페 ‘포터스 하우스(Potter’s house)’

 

지역주민이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커뮤니티

지역의 37개 비영리기관 중 대표적으로 크라이스트 하우스(Christ House)는 노숙자에게 의료 서비스와 숙식을 제공하며 지역 의사와 간호사와 힐링 트레이닝을 통해 재활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콜롬비아 로드 진료소(Columbia Road Health Service)는 노숙자, 난민, 가난한 가정, 노인들을 위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합니다. 더 패밀리 플레이스(The Family Place)는 개인과 가족을 위한 상담소로 영양개선 프로그램과 HIV 서비스, 10대 미혼모와 장애아동 등 매년 300가구 이상을 돕고 있습니다. 쥬빌리 잡스(Jubilee Jobs)는 매년 워싱턴 DC에서 600명이 넘는 시민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으며 쥬빌리 하우징(Jubilee Housing)에서 1990년 파생된 Jubilee Enterprise of Greater Washington은 연방, 주, 그리고 지역정부와 은행 및 기업 파트너와 함께 워싱턴 DC 사우스 이스트(South East)지역의 저소득층 가정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쥬빌리 하우징은 이 밖에도 지역 아동들의 나은 교육을 위해 유치부 방과후 프로그램(Early Start), 10대 방과후 프로그램(Teen Renaissance)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예술 NGO 시타르 아트 센터(Sitar Art Center)에서는 음악, 체육, 연기, 미술 등 양질의 예술 프로그램을 가정의 소득에 따라 낮은 가격으로 아이들의 배울 권리와 취미 적성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좌)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충분한 예체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시타르 아트 센터(Sitar Arts Center ) (우) 저임금 노동자들의 구직을 돕고 있는 쥬빌리 잡스(Jubilee Jobs)

 

1▲ 쥬빌리 하우징(Jubilee Housing)의 Megan Burt(Director of Resident Life)와 함께한 김수영 펠로우(좌)

 

제가 펠로우 활동을 하고 있는 쥬빌리 점프스타트는 저소득층 아동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올바른 부모교육으로 가정을 지원하는 미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 많지 않는 소외계층,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같은 목표를 이루는 데 훨씬 더 많은 고통과 어려움이 따릅니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누군가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실패를 반복하는 경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소외 당하지 않고 사회로 다시 나와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이 지역의 많은 기관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4▲ 지역의 노숙자에게 의료서비스 및 숙식을 제공하는 크리스트 하우스(Christ House)

 

한 명의 아이를 위한 통합적인 지원 

처음에 저 역시도 쥬빌리 점프스타트가 저소득층을 위한 아동센터라고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와서 보고, 커뮤니티 파트너십을 경험하고, 이러한 연대를 느끼면서 비영리단체 하나가 지역사회 내에서 한가지 문제 해결을 위한 단순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쥬빌리 점프스타트에서 강조하는 가치는 ‘부모는 자기에게 없는 것을 아이에게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각각 가정의 필요에 맞는 3~4가지 종류의 ‘부모 교육’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고, 이 교육은 지역 주민이라면 우리 기관의 학부모가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파트너 기관인 쥬빌리 하우징, 쥬빌리 잡스와 연계하여 소득에 따라 집 마련과 구직, 쥬빌리 점프스타트 입학을 같이 도와서 지역 가정이 필요한 도움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외부 파트너인 Washington Center for Psychoanalysis와 협력하여 각 교실의 수업 장면을 랜덤으로 찍고 심리학자와 정신분석가가 선생님들과 함께 토론하고 어떻게 올바르게 교육해야 할지 매주 3일 분석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심리적 지원뿐 만 아니라 DC Diaper Bank와 협력하여 매달 1인당 아기용품 50개씩 무상으로 지급하며, 우리 기관 학생이 아니라도 도움이 필요한 지역주민은 모두 이런 물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5 (좌) 지역주민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강당을 대관해 주는 페스티벌 센터(Festival Center) (우) 페스티벌 센터에서 진행된 쥬빌리 점프스타트의 유치부(Pre-K) 발표회 

 

한 사람이 올바른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펠로우십을 하고 있는 이 곳, 워싱턴 DC, 아담스 모르건 지역은 이것을 개인의 책임이나 의무에 두지 않고 지역사회가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하고 시스템으로 체계화 시켜 놓고 있었습니다. 많은 지역 주민들이 커뮤니티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발전적인 미래를 꿈꾸게 되고, 그 과정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당연히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사회의 작은 단면들을 통해 미국이 왜 비영리 분야에서 선진국인지,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