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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 온] 위기청소녀들을 위한 ‘교육과 양육의 장’, 자오나학교

2015.10.20.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고 하늘이 맑은 어느 날, 세 번째 파트너십 온 혁신리더 인터뷰를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북악스카이웨이 근처, 강북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한 자오나학교가 세 번째 인터뷰 주인공입니다! 자오나학교는 이제 막 1주년을 앞둔 신설 기관입니다. 서울시 성북구 정릉로에 있는 수녀원 3층을 고쳐 지어 학교로 꾸몄는데요. 얼마 전까지는 서울 여대생을 위한 기숙사로 활용되다 위기청소녀와 청소녀 미혼모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변신했습니다. ‘양육과 교육’을 함께하는 대안학교 자오나학교 ‘강명옥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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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나학교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자오나학교를 설립한 ‘원죄없으신마리아교육선교수녀회’는 1980년대 스페인에서 한국에 들어온 천주교입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업으로 기반을 잡은 이후 최근에는 청소년센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요. 수녀회 창립자이신 카르멘 살례스 수녀님께서 2012년 교육 수도자로 인정받아 시성 되시면서 내부적으로 쇄신의 길을 모색했죠. 방향성과 가치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다 미혼모, 미혼모가 되기 전 단계인 위기청소녀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오래 전부터 면담 등을 통해 위기청소녀 문제를 인식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고민해 오던 것을 행동으로 실천한 게 자오나학교입니다. 

1▲ 자오나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고 계시는 강명옥 안나 교장수녀님

 

자오나학교가 처음에는 지방 출신 여대생을 위한 기숙사였다면서요?
종교와 관계없이 지방 출신이지만 서울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80여 명의 여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였어요. 가격도 저렴하고 수녀님들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인기가 좋았죠. 여대생들과 성경교실, 스페인어 공부모임, 자수, 바느질 수업 등을 함께해서 참 좋았어요. 그런데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대학생들이 너무 바빠지더라고요. 대학생들에게 기숙사가 잠 자러 오는 숙소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힘들게 됐죠. 저희는 아쉽지만 사회를 위해 또 다른 의미를 찾아보기로 했어요.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기숙사는 수녀회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수익원이기도 했거든요. 편한 길을 포기하고 위기청소녀 아이들을 위해 나선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수녀회 내에서도 반대가 많았습니다.

자오나학교의 이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자오나’는 ‘자캐오가 오른 나무’의 줄인 말로 성경 속 인물인 자캐오가 나무에 오른 적극적인 행동을 의미화한 것이에요. 청소녀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계획하게 되면서, 이름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종교색이 지나치게 부각되거나 희석되는 것 모두 원치 않았거든요. 사람들의 인식에 남으면서 의미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플립(Flipped)’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영화에 여자아이가 나무 위로 올라가서 세상을 봄으로써 부분적으로만 바라보던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걸 보는 순간 ‘저거다!’하는 생각이 들었죠. 키 작은 자캐오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보지 못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과 비슷하지만, 나무 위에 올라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서 ‘자캐오가오른나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자오나학교의 커리큘럼은 어떤가요?
 ‘교육과 양육’을 함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양육은 청소녀미혼모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양육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가정에서 받지 못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양육을 이야기하기도 해요. 자립에 필요한 기본적인 학력을 위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그리고 인문학을 가르쳐요.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오나학교 첫 해 커리큘럼에는 넣지 않았지만, 교육선교수녀회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의 외국어 교육을 더하려고 해요.


2▲ 아이들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일하시는 자오나학교 선생님들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 온을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정말 천사가 보내줬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이메일을 열어보니 아산나눔재단의 파트너십 온 관련자료가 들어와 있었어요. 저희는 복지 분야를 잘 몰랐기 때문에 이런 프로젝트성 사업들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어요. 파트너십 온 사업설명회에 갔는데,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파트너십 온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느꼈죠. 경험이 많은 기관들 사이에서 일년도 되지 않은 저희 기관이 선정될 수 있을 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저는 ‘이런 일을 하는 기관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자오나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파트너십 온 참여 준비를 시작했어요.

자오나학교가 파트너십 온에 선정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금까지의 대안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과 시도들을 혁신적으로 봐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자오나학교는 기존의 위기청소년들을 돌보던 쉼터의 모습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교육’과 ‘양육’을 담았거든요. 기존의 사회복지시설이 아니라 ‘학교’라는 것이 저희에게는 중요한 부분이에요. 쉼터에서 입소와 퇴소를 반복하던 아이들이 자오나학교에 와서는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다양한 것들을 배우며 안정적인 삶을 만들어가거든요. 위기청소녀들과 청소녀미혼모 아이들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자오나학교의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

 

파트너십 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느끼셨나요?
정말 너무 행복했고, 많이 배웠어요. 애매하게 산재해있던 생각들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정리가 되었어요. 2, 3차 심사를 하면서 심도 깊게 이어지는 재단의 질문과 피드백에 대답을 해야 했거든요. 해 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그 일들을 해나가는 과정이었던 거죠. 파트너십 온에서 만난 여섯 기관의 혁신리더들, VP 파트너스의 존재가 너무 중요해요. 그동안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를 몰랐거든요. 얼마 전 있었던 질적평가 워크숍 같은 경우도 어려웠지만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어요. 파트너십 온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묘한 유대를 느끼면서 든든한 마음이 들어요.


3▲ 자오나학교 선생님들의 계획과 생각이 화이트보드를 가득 채웠다

자오나학교 1주년 기념미사를 최근에 드리셨다면서요?
우리에게 이 1년은 새로운 세상, 친구들, 동반자, 그리고 새로운 일과의 만남이었어요. 정말 좋았던 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에요. 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마음이 참 좋았어요. 크던 작던 우리의 마음을 전하고 감사를 드리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큰 의미인 미사를 드렸어요. 아이들과 함께 1주년 미사를 준비하면서 ‘너희 뭐 할래?’라고 물었더니 ‘수업시간에 배운 난타가 하고 싶어요’라고 하더라고요. 부족하지만 자오나학교 친구들이 수업 중에 배웠던 난타 공연도 보여드리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가졌어요. 자오나학교를 아껴주시는 분들과 함께한 뜻깊은 미사였습니다.


4▲ 최근 개교 1주년 기념 감사미사를 드린 자오나학교

​자오나학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학교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인데, 우리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건강한 여성으로 자라나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그런 사회구성원으로 커갈 수 있도록 자오나학교가 함께해 주고,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것이 목표에요. 삶에서 누구에게나 ‘터닝포인트’가 있잖아요. 자오나학교가 이 친구들에게 자기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만남과 사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자오나학교를 자기 삶에서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생각해주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겠죠? (웃음)

 
5▲ 자오나학교의 개교 1주년 미사에는 자오나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겼다.

자오나학교에서 느낀 첫 감정은 ‘따뜻함’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오나학교가 자오나 아이들의 맑은 영혼을 정말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오나학교를 통해 더 많은 위기청소녀들과 청소녀미혼모들이 마음 속에 온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